지역신문 기자로서, 미술애호가로서 본 김재신론
갤러리 미작 김재신 展 ‘바다, 그 빛을 조각하다’, 9월 6일까지

 ‘조탁’ 작업 기법과 바다 심상 표현으로 일가를 이룬 김재신 작가의 전시가 오랜만에 고향 통영에 돌아왔다.  통영시 북신동 소재 갤러리 미작mizak은 김재신 전 ‘바다, 그 빛을 조각하다’를 9월 6일까지 두달간 진행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여년간 김재신의 작품을 지켜보아 온 예술 수용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지역신문기자로서 나름의 ‘김재신론’을 정리해 보았다. 2021년 통영의 한여름을 김재신의 바다와 함께해 보실 것을 권하며.

 

바다. 61.5x98cm (2020, 김재신)
바다. 61.5x98cm (2020, 김재신)

 

“진정한 미술 작가는 그의 예술세계의 변화를 통해 미술사(史)를 자기 자신의 역사로 구현한다” 전통적인 모사와 표현방법에서 시작해도, 자기 자신의 방식을 찾아내고 변화해 나가는 것이 진짜 미술작가라는 뜻이다. 예를들어, 파블로 피카소마저도 초기에는 전통적인 뎃생과 사실적인 묘사로 시작했지만, 끝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을 넘어 미술사의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무려 피카소에 비하기는 과하겠으나) 김재신도 그의 작품활동 초기와 지금 오늘날의 작품세계를 보면 “이렇게 많이 달라졌구나”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그의 작품생활 초창기까지도 아니고 글쓴이가 기자로서 그를 처음 만난 시기, 10여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그러하다. 물론, 그 변화 속에서도 그만의 일관된 톤은 갖고 있다.

통영에서 신문기자로서 접한 김재신 작가는 지난 10여년간 연탄과 그릇, 동피랑과 섬, 그리고 바다와 파도까지 소재와 테마 면에서 흥미로운 변화를 거쳐 왔다.
자신의 주변 구체적인 사물로부터, 고향 통영이라는 지역성으로 확장, 그리고 통영을 안고 통영을 넘어 보편적인 자연으로 다다랐다. 작품의 변화는 그저 다루는 소재와 테마의 변화가 아니라, 작업(조형)방식과 표현법의 변화 발전이기도 했다.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대상의 재현을 넘어, 대상과 그리고 조형 소재와 작가 자신의 교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조탁’ 기법을 구상하고 탐색해 왔다. 
그리고 고향 통영 앞바다의 이미지와 정서를 재해석하며 조탁 기법을 누구도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확립해 평면 조형미술의 조용한 혁신을 이룩했다.
그 조탁 기법조차도 초창기와 현재를 비교하면 테마의 변화와 함께 더욱 세밀해지고 다양해졌다.

기자가 김재신 작품세계의 변화 발전을 목도한 10년은 일견 긴 시간이라고도 여기겠으나, 한 예술가의 작품세계가 3단계 또는 4단계로 변화 발전해 나온 시간이라 보면 오히려 짧은 시간이다.
어느 예술 장르든, 한 예술가의 스타일이 두 번 세 번 변화 발전하고 혁신이 이루어지는 데에 “10년 밖에” 안 걸렸다면 놀랍고 대단한 일이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김재신작가의 작품세계가 몇 번이나 변화 발전해 온 힘은, 그의 집요하기까지 한 성실함이다. 바다 물결처럼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작품세계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늘 한 자리에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그 한 자리는 그의 작업실이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늘 본질은 변하지 않고 거기에 있는 바다처럼, 직장인보다 더 규칙적인 일상으로 작업실에서 작품활동에 몰두하는 사람이 김재신이다. 그는 사교적인 활동도 없고 정말 작품활동 외에는 아는 게 없는 고지식한 예술가다. 지겨운 줄 모르고 오늘도 내일도 출렁이는 바다 물결처럼 그는 성실하다.

바로 그렇게, 오늘 지금 현재 김재신의 작품세계는 바다와 파도를 탐구하고 있다.
 

바다 (2021, 김재신) 부분
바다 (2021, 김재신) 부분

당연하지만 최근 그의 작품은 출렁이는 바다와 파도, 물결을 지루하게 모사 또는 재현하는 게 아니다. 푸르기도 하고 노랗기도 하고 초록이기도 한 김재신의 파도는 햇살이 물결에 부딪혀 산란하고 비산하는 빛의 형태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평면작업 또는 그림에 대한 고정관념같이 물결과 빛의 순간포착의 재현이라기보다는, 바다 물결을 타고 흩어지는 빛의 순간들과 순간들을 중첩하고 중첩해 평면작업으로 재구성해낸 것에 가깝다.

단단한 나무 표면에 아로새겨진 형형색색 앞에서, 김재신 작품의 수용자는 내적인 고양과 율동감을 느끼고 한동안 작품 앞에서 발길을 뗄 수가 없다. 우리가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바다와 파도를, 김재신 작품 앞에서 다시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바다 (2021, 김재신)
바다 (2021, 김재신)

사실 이 또한 미술수용자인 기자가 생각하고 해석한 김재신의 작품세계일 뿐, 그에게서 직접 들은 것은 아니다. 김재신 작가는 자기 작품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시간에 작품 구상 고민과 제작에 전념할 사람이다.

예술 감상은 수용자에게 맡기고 작품으로만 말하는 ‘현대적인 예술가’의 면모와, 집요하게 성실한 ‘장인’같은 면모, 그리고 자기복제를 피하고자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가는 진정한 ‘작가’로서의 면모를 갖춘 이가 김재신이다. 바다처럼 파도처럼 늘 한결같이 늘 새롭게.

 

 

 

김재신 작가
김재신 작가

 

 

     갤러리 미작 김재신 展 ‘바다, 그 빛을 조각하다’
     기간 : 2021.7.6.~ 9.6. 
     장소 : 통영시 중앙로 274, 갤러리 미작 Gallery MIZAK
     전화 : 055-646-9069

갤러리 미작 김재신 전
갤러리 미작 김재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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