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불감시원 활동 현장, 혹한기 대책 간이 피풍시설 긴급 제안

찬바람이 불고 늦가을이 되면, 11월부터 다음해 봄 5월까지 산불조심의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산불조심’ 빨간 조끼를 입은 산불감시원들이 산길 들길 마을길을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불감시원의 주요 임무는 △산불감시 및 계도활동 △입산통제구역 무단입산자 및 화기물 소지 입산자 단속 △산림 및 산림인접구역 불놓기 행위 단속 △인화물질 사전제거 △산불신고 현장 출동 등 각종 산불방지활동이다.
 

통영에서도 지난달 25일부터 3개월간의 1차 근로가 시작되었으며, 내년 1월 24일부터 3개월간 2차 근로가 이어진다. 앞서 지난 9일에는 통영시청 강당에서 2021~2022 산불방지인력 발대식도 있었다.

그런데 산불감시활동 직전 시즌(2020~2021)인 지난 1월, 산불감시원이 활동 중 사망한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섬 지역의 70대 산불감시원이 근무지역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던 것으로, 유족은 “가혹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심근경색”이라고 전한다.

산불감시원 활동 중 발생한 사망, 그 여건 그대로 산불감시원 활동이 이어져도 괜찮은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산불감시원의 노동 환경 특히 섬 지역의 여건이 어떠한지, 통영시노동자종합복지관과 공동 취재를 나섰다.

먼저 1차 현장 취재는 산불감시원 활동 시작 직전 시기인 지난달 19일 한산도에서, 2차 현장 취재는 활동이 막 시작된 이달 초 산양읍에서 진행했다.


 “섬 지역에라도 산불감시원 바람 피할 간이시설 각 ‘리’별로 하나씩”

한산도 현장에는 2019~2020 가을~봄 시즌까지 수차례 산불감시원 활동 경험을 가진 한산도 주민 A씨와 동행했다. 그는 통영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 관할(울산 울주)에서도 산불감시원 경험이 있다.
기자는 A씨와 함께 추봉리, 하소리, 두억리, 염호리, 창좌리 순으로 차량으로 이동하고 도보로 접근하며 산불감시원 활동 경로를 살폈다.

그런데 기자의 선입견과 달리 산불감시원 활동은 ‘산 속’에서 이루어진다기 보다는, 산림 및 화재요주의 구역을 잘 관측할 수 있는 경로 위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A씨는 “일단은 산불진압요원이 아니라 산불감시원이니까. 그런데 한산도를 비롯해 섬 지역은 육지보다 산불감시원 한명이 봐야 하는 구역이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바람의 영향도 더 크게 받고, 섬의 특성상 빠른 발견과 초동대응은 (육지보다) 더욱 중요하다”며 “각 구역마다 관측이 용이한 지점이 있긴 한데, 그런 곳은 아무래도 바람을 더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화재위험지 및 산림이 잘 보이는 위치가 산불감시원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화재위험지 및 산림이 잘 보이는 위치가 산불감시원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추봉리(추봉도) 중간쯤 되는 위치, 언덕에 올라서자 앞 뒤 옆 시야가 용이하면서도 찬바람을 맞는다. 12월 1월이 되면 더할 것이다.

A씨는 “지금이야 그럭저럭 괜찮아도, 12월 1월 한겨울 되면 이렇게 시야가 좋은 곳일수록 찬바람이 쎄다. 이런 위치에 바람 막을 뭐라도 하나 있으면 활동에 크게 도움은 될 거 같다”며 “특히나, 산불감시원들이 아무래도 고령자가 많다는 점도 (건강 문제를) 많이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바람을 피하고 몸을 좀 쉴 데가 있으면 현장에서 좀 더 실질적인 감시활동에 용이하다는 이야기. “산불감시원이 실제로 현장에 잘 안 나가더라 마을 회관에서 놀더라”는 과거의 이런 헛소문도 사실은 현장의 활동 여건 문제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전후좌우 조망이 좋은 위치는 바람을 강하게 맞게 된다 
전후좌우 조망이 좋은 위치는 바람을 강하게 맞게 된다 
한산도 하소리, 산불감시 조망이 좋은 위치
한산도 하소리, 산불감시 조망이 좋은 위치

추봉리 하소리 두억리에 이어 창좌리에서도, 산림 관측이 용이한 곳에서는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게 되었다.

한산도 주민 A씨는 “한산도 경우는 그나마 차량 이동이 되는 구역이 많지만, 섬 특성상 차량을 이용해 산불감시 활동이 안 되는 곳도 분명 있다. 그런 경우 우리가 생각한 이상으로 힘들 것이다”라며 “될 수 있는 대로 자그마한 초소라도 하나씩 있으면 그걸로 해서 일하기도 더 안전하고 감시원분들도 자부심과 긍지를 더 가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급경사나 강풍 뿐 아니라 섬 지역 산불감시원 활동 여건의 차이는, 통영 관내 산불감시초소 18곳 모두 뭍에만(봉평 용남 광도 도산 도천)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A씨는 “같이 한산도를 한바퀴 돌아보니까 더 잘 알겠다. 적어도 각 리별로 하나씩 정도 산불감시원이 바람 피할 간이 시설이 설치된다면, 추운 겨울철 산불감시원 건강과 안전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더 효과적인 산불감시활동이 될 것 같다”고 정리했다.

그러므로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피풍 구조물이 필요하고 △접근성이 나쁘지 않고 △농지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곳에 간이대피소/관측소 시설이 설치되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한산도를 일주하고 살펴보며 찾아낸 산불감시원 피풍 간이대피소/관측소 제안 지점은 추봉리 319, 하소리 503-1, 두억리 46, 염호리 259-1, 창좌리 678 등 5개소이다.



 “차량 탑승하고 활동이 아니면 겨울 찬바람 견디기 힘들 것”

2차 현장 취재는 이달 초 산양읍 지역을 도보로 답사하다가 현역 산불감시원과 마주치며 이루어졌다.
오후 2시 30분쯤, 산불감시원은 무전기로 미륵산 정상에 자리한 산불감시초소에 “이상 무” 상황 보고를 하고 기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산불감시원 B씨는 “산불감시활동은 이륜차라도 있어야 활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륜차 타면은 바람을 못 피하지. 그냥 내도록 바깥에서 근무를 해야 되니까 겨울철 날이 춥고하면 어렵지. 자기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차 안에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또 가서 확인을 하고 되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람 피하고 쉴곳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지휘소(미륵산 정상 산불감시초소)하고 무전 교신도 하고. 게다가 아무데서나 노상방뇨 하면 안되지 않겠나”라며 장시간 야외 활동에 따르는 문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도 “섬에는 섬 특성상 바람 피할 간이시설이 곳곳에 필요할 수도 있는데, 뭍에는 마을이 걸친 구역이 많아서 필요한 데는 그다지 없을 거 같다. 산양읍보다는 도산면 쪽에 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무전기로 미륵산 정상 산불감시초소에 상황 보고
무전기로 미륵산 정상 산불감시초소에 상황 보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산불감시원은 그나마 바람을 피하지만, 2륜차의 경우는 어떨까
자동차를 이용하는 산불감시원은 그나마 바람을 피하지만, 2륜차의 경우는 어떨까


통영 지역 산불위험 요인에 대해 “다른데 비해서는 아무래도, 농업 비중도 적고 산에 산행하는 사람들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좀 적은 편이고, 통영은 행락객들 특히 낚시객들 동선에 화재 위험성이 더 높다”며 “그래도 (농촌에) 나이 많으신 분들이 자기 논밭 가지고 불을 지핀다던지 소각한다던지 이런 게 문제인데, 요즘에는 그런 분들이 많이 줄었지만, 어느 시기 되면 주의깊게 봐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에는 전부 개개인이 위치추적기(gps)를 다 갖고 있다. 상황실에서 보면은 전부다 자기 구역 남바 확인이 된다”라며, 산불감시활동 태업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륵산 정상의 산불감시초소와 정기적으로 소통 및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산불감시원도 통영시민’ 기후변화로 더해지는 혹한 대책 검토를

2회에 걸친 한산면과 산양읍 산불감시원 활동 구역 취재(조사)를 통해, 기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 산불 또는 산불위험 관측이 용이한 지점은, 시야가 좋은 만큼이나 바람을 많이 받는 위치에 있게 됨. 혹한기 산불감시원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바람을 피하고 최소한 몸을 가눌 간이시설(대피 및 관측소) 설치를 제안함.

 ▷ 미륵산이나 벽방산 정상부에 있는 기존 산불감시초소와는 별개로, 산불감시원 1인용 간이관측소/대피소 시설 검토 필요. 적어도 섬 지역에는 각 ‘리’별로 1개소씩, 또는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피풍 간이관측소 시설 설치 제안.

 ▷ 산양읍 도산면 등 육지부에는 마을이 경로 중간에 있지 않은 일부 구간에 간이관측소 검토 필요. 예를 들어 산양읍의 경우, 17개 구역 대부분 별도의 피풍 시설이 요구되지 않으나, 오비도가 바라다보이는 풍화리 구역 검토 제안함.

 ▷ 산불감시원 자동차 이용자와 이륜차 이용자의 상황이 다름. 이륜차 이용자의 경우 대피소/쉼터 활용 필요성 높음. 각 산불감시원 구역 배치에 자동차 이용자냐 아니냐를 반영할 필요도 있음.

 

지난 9일 통영시청 강당, 산불방지인력 발대식에서 강석주 통영시장은 “철저한 산불 예방 및 감시활동을 통해 산불 발생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산불 발생 시 가용 자원 적극 투입을 통해 시민들의 소중한 재산과 산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기상전문가와 기상청은 올 겨울 날씨에 대해 “북극 한파 영향으로 평년보다 낮은 기온 또는 혹한을 전망”(조선일보 10.29. 보도)하고 있다.
올 겨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혹한과 강풍은 산불감시원을 비롯한 동계 야외작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더더욱 위협할 것이 자명하다.

특히 섬 지역은 차량을 이용한 산불감시활동이 어려운 구역이 있는데다, 응급상황 대응이 더 어려워 혹한기 활동 대책이 필수적이다. 섬 지역에 고령 주민이 산불감시활동에 나서는 비율이 더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시민들의 소중한 재산과 산림자원을 보호하는 산불감시원 또한, 두말할 것도 없이 통영시민의 일원이다. 산불감시원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원활하고 더욱 효과적인 산불감시활동을 위한 통영시의 정책과 시책 검토를 제안드린다.

 

스마트폰 지도로 확인한 한산면 염호리. 산불감시 조망이 용이한 곳은 바람도 더욱 강하게 분다.
스마트폰 지도로 확인한 한산면 염호리. 산불감시 조망이 용이한 곳은 바람도 더욱 강하게 분다.
도서지역 특성상 차량을 이용한 산불감시활동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이런 경우 피풍 대피/관측시설은 필수적일 것이다.
도서지역 특성상 차량을 이용한 산불감시활동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이런 경우 피풍 대피/관측시설은 필수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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